유럽은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품은 대륙입니다. 특히 중세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도시들은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목적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 주제는 ‘중세도시 비교여행’.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유서 깊은 거리,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담은 성당과 광장 등을 통해 중세 유럽을 체험할 수 있는 여행을 소개합니다. 이 글에서는 유럽의 대표 중세도시인 벨기에의 브뤼주, 스페인의 톨레도, 그리고 폴란드의 크라쿠프를 비교하며 각 도시의 역사적 의미, 여행의 특징,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 등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브뤼주: 운하와 고딕이 어우러진 예술적인 중세도시
브뤼주는 벨기에의 북부에 위치한 도시로, 중세 무역 도시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습니다. 12세기부터 대서양과 연결된 수로를 이용한 무역으로 번성했으며, 당시의 부유했던 상업적 기반 덕분에 오늘날까지도 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이 도시는 2000년대 초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현재는 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중세 도시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브뤼주의 가장 큰 매력은 ‘운하 도시’라는 점입니다. 도시 전체가 수로망으로 연결되어 있어, 유럽의 작은 베네치아라고 불리기도 하며, 곤돌라 대신 작은 유람선을 타고 도시를 유유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관광의 중심은 마르크트 광장(Markt)으로, 여기에는 브뤼주의 상징인 벨포르트 종탑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종탑에 올라가면 도시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붉은 지붕과 운하가 어우러진 중세풍 전경은 그 자체로 그림입니다.
또한 브뤼주는 예술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입니다. 플랑드르 화파의 대표작가 얀 반 에이크의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 15세기 고딕 건축물인 성혈 성당, 수도자 공동체였던 베긴회(Béguinage) 등 역사적인 명소가 다양합니다. 브뤼주에서는 초콜릿, 레이스 공예품 등 지역 특산품 쇼핑도 가능하며, 카페에 앉아 현지 맥주와 벨기에 와플을 즐기며 천천히 하루를 보내기에 최적의 도시입니다.
톨레도: 세 종교와 문화가 교차하는 중세의 요새도시
톨레도는 스페인의 중심부인 카스티야 지방에 위치하며, 한때 스페인의 수도였던 만큼 풍부한 역사와 유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도시는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라는 세 종교가 오랫동안 공존했던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어 중세 유럽에서도 문화적으로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성채처럼 언덕 위에 형성되어 있고, 타호 강이 도심을 감싸듯 흐르며 자연적인 방어 구조도 갖추고 있습니다.
톨레도의 대표 명소는 단연 스페인 가톨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톨레도 대성당’입니다. 이 성당은 13세기에 건설이 시작되어 약 300년간 지어졌으며,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이 혼합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수많은 유물과 회화, 조각이 전시되어 있어 예술에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입니다. 이 외에도 무어인의 성채였던 ‘알카사르 요새’는 현재 군사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중세 스페인의 정치·군사 중심지로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톨레도는 예술가 ‘엘 그레코’의 도시로도 유명합니다. 그가 말년을 보내며 활동했던 도시이자, 많은 작품이 전시된 엘 그레코 박물관이 있으며, 스페인 회화의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도 좋은 자료가 됩니다. 골목마다 유대인 지구와 아라비아풍 건축이 혼재되어 있어 도시를 걷는 것만으로도 유럽 중세 문화의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몰 후 톨레도를 감싸는 황혼빛은 낭만적이며, 사진 애호가들에게도 인기 있는 촬영 명소로 꼽힙니다.
크라쿠프: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동유럽 중세문화의 보고
크라쿠프는 폴란드 남부 비스와 강 유역에 위치한 도시로, 수백 년간 폴란드의 수도로서 정치, 문화, 종교의 중심지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큰 피해를 입지 않아 중세 건축물이 거의 원형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 크라쿠프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 도시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구시가지(Main Square)를 자랑하며,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습니다.
크라쿠프의 하이라이트는 ‘바벨 언덕’ 위에 위치한 ‘바벨 성(Wawel Castle)’과 대성당입니다. 왕이 즉위식을 하던 장소이자 폴란드 역대 왕들이 잠든 이 성당은 웅장함과 신성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줍니다. 구시가지 중심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중세 광장인 ‘메인 마켓 스퀘어(Main Market Square)’가 있으며, 이곳에서 매일같이 전통 시장과 문화 행사가 열려 여행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합니다.
중세 건축 외에도 크라쿠프는 독특한 예술과 문화의 도시입니다. 유대인 지구인 카지미에시는 역사적 비극과 회복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거리 곳곳에는 카페, 벽화, 갤러리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실제 배경이 되었던 지역이기도 하며, 관련 박물관과 유적지를 통해 생생한 역사 체험이 가능합니다.
크라쿠프의 매력 중 하나는 저렴한 물가입니다. 유럽 다른 도시들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고, 음식, 숙박, 입장료 모두 경제적이라 장기 여행자나 배낭여행자들에게 매우 적합합니다. 또한 다양한 워킹 투어 프로그램이 있어 가이드와 함께 중세 도시의 역사와 전설을 들으며 깊이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브뤼주의 예술적 운하도시, 톨레도의 다문화 요새도시, 크라쿠프의 중세 동유럽 수도. 이 세 도시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갖고 있어 비교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여행의 일부입니다. 여행자의 성향에 따라 선택의 기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용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원한다면 브뤼주가, 역사와 종교의 복합적인 면모를 보고 싶다면 톨레도가, 깊이 있는 역사와 저렴한 경비를 중요시한다면 크라쿠프가 최적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다음 유럽 여행지를 고민 중이라면, 이 세 도시 중 한 곳을 선택해 중세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세요. 잊지 못할 여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